경력 1년 미만의 초년 디자이너가 Linkedin을 통해 내게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 리뷰와 취업 관련 문의를 했다. 대체로 결핍이 많았던 그녀의 포트폴리오에 나는 그저 응원밖에 할 수 없었고 3년 즈음 지난 어느 날 업데이트된 그녀의 소개란에는 Senior를 거쳐 Creative Director 라는 직함을 달고 어느 10인 이하의 소규모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공백을 감안하면 그녀의 실무겸험은 3년 미만인데, 당최 다음 이력에서는 이런 경력 널뛰기를 어느 회사가 좋게 봐줄까.
예전 스타트업에서 근무 당시, 내가 입사하고 나서 약 이주 후 들어온 디자이너가 있었다. 그가 들어오기 전 그의 이력서를 볼 수 있었는데, 경력은 화려했다. 어느 회사의 리드 디자이너와 빅텍 관련 프로젝트를 거쳤으며 단순 경력으로만 열거하자면 Art Director나 최소 Senior 이상의 경험을 갖춘 셈 이었다. 머지않아 그와 함께 근무를 시작하고 후 몇개월 동안 그 모든 것 들이 지나친 과장임을 알게되는 건 필연적 이었다. 그 속 빈 강정같은 거짓말이 언제까지 유효할 거라 생각했을까. 반년도 안되어 그 인원은 방출 직전 자기 발로 퇴사했다. 그것도 코로나 직전에. 앞서 언급한 듯 이력서 속 리드 디자이너까지 오른 그는 시니어를 거쳐 평 디자이너로, 그리고 결국 경력 단절로 이어졌다.
아내가 이직한 새 회사에 UX 리드가 있었다. 인하우스 UX 팀의 리드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IPO를 목전에 둔 이 곳에서 아내가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UX 리드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나중에야 한 사실이지만, 회사 초기부터 일하던 인원으로 경력은 2년 남짓. 이후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새로 편입된 인원들과 비교해 파트장으로서 뚜렷히 가지지 못한 실력차이, 그리고 매니저로서의 능력 부실이 겹쳐져 그 부담감에 스스로 내려온 것이리라.
제말 잊지말자. 너보다 잘난 사람은 온 세상에 수두룩 빽빽이다. 어설픈 처세나 껍데기 뿐인 근거없는 자존감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들어도, 너보다 더 배우고 너보다 더 경험했고 너보다 더 갖춘 사람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네 실체와 가치를 간파해 버린다고. 바꿔 생각해봐서 만약 온갖 산전수전 겪은 당신이라면 자기 이력서 조차 제대로 꾸미지 못하는 허세로 가득찬 풋내기같은 상대를 동료 내지는 인맥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게 아니라 긴 시간 가슴 속 인고가 사람을 만든다. 그 자리에 어울리니까 올라가는거다. 어설픈 술수로 포장하면 그 말로는 기필코 독으로 다가온다는걸 잊지 않았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