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달

졸업도 전에 비자 스폰서십도 약속받고 당차게 회사에 합격하고 일년 후, 그토록 바라던 취업비자가 탈락되고 또다시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 빠져든 그 시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분야를 지키며 나아갈게요.” 무척이나 존경하고 사랑했던 분과 나눴던 약속. 서버 하면 팁을 잘 준다더라, 스시맨 하면 한 달에 기본 얼마씩은 문제없다더라. 아냐, 그래도 내가 공부한 게 있는데. 내 노력이 너무 아까운데. 이렇게 보내버리기엔 그 시간이 너무도 안타까운데. 그리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다짐과 약속을 기억하니까. 무척이나 부당한 상황의 연속과 경악할 만치 무례한 이들 속에서 나는 그 작은 목표를 마지막까지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다시 떠올리기도 괴로울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던 와중 운이 좋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그냥 숨 넘어가지 않을 만큼만 가늘게 숨을 쉬고 있는 와중 간신히 귀인을 만난 것이다. 내가 참 열심히 사는 것 처럼 보였다 했다. 좋게 봐주셨으니 감사하지.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작은 불씨 하나로 몸을 녹힐만큼 따뜻한 불을 키울 기회를 주셨으니 정말 감사할 뿐이다.

장수생들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1차 합격했는데 2차에서 낙방. 문제 한 두개, 점수 몇 점차로 낙방. 그렇게 몇년이고 긴 시간동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 차마 보내버리지 못하는 마음. 결국 그 지내온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이 방향을 포기하면 자기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릴 것 같다는 무력감. 주변인들의 기대와 비례해 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 같다는 절망감.

포기도 용기라는 이 말에 정말 크게 공감한다. 무슨 희망을 가지세요, 아프니까 청춘이니까요, 더욱 갈망하세요 이따위 쓸모없는 헛소리를 하려는게 아니다. 단지.. 노력이라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길 바란다. 그저 운이 한 꼬집 필요할 뿐 이라고.. 그 누구도 포기에 대해 비난해선 안되며 부끄러워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저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는 모든 이들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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