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안 풀리는 날

뭔가 참 애매하게 안 들어맞는 그런 날 있지 않아? 꽤나 능률적으로 잘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뭔가 삐꾸가 되어있고 좀 아귀 안맞아서 무의미해지는 노력들 같은 거. 얼마 전 주말이 딱 그런 날 이었어.

오래 전 구한 난로 틀을 캠핑 가서도 쓰기 용이하게 수납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거든. 별건 아닌데 돈 들여서 따로 캐리어를 구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그냥 틀을 갖고 다니기엔 잿가루가 너무 날릴 것 같아서. 그래서 방치해왔는데 그냥 주말 아침에 충동적으로 집에 남는 나무들 가지고 썰고 자르고 가서 뚝딱 만들었는데, 웬걸, 폭을 1인치 작게 만들어 버린거야. 바보같이 틀 하나만 가지고 나무 크기를 측정해서 더 큰 틀이 있을거라 생각 못한거지. 30분 정도 뚝딱거린거지만 아무튼 아무짝에 쓸모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는 중고 플랫폼 들여다 보다가 텐트에 쓸 내장제를 찾았어. 꽤나 가격이 괜찮아 보여서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이동했지. 돌아오는 길엔 Home Depot 들러서 또 그간 고민만 해오던 캠핑 물통 수도꼭지 교체를 위해 하나 구해오고.

헌데 탠트 내장제는 내 탠트와 맞지 않는 더 작은 거였고, 수도꼭지는 뭔가 나사선이 애매하게 짧아서 결합이 안됐다. 와, 안풀리려니까 진짜 아무것도 안풀리네. 게다가 내장제는 100불이나 주고 샀단 말이지. 중고거래의 암묵적인 원칙 상 당연히 환불이나 교환같은건 기대하기 어렵잖아. 큰 맘먹고 와이프 허락 받고 구한건데 돈들인거는 쓸모가 없지, 기껏 벌인 일들은 쓸모없어져 버렸어. 내 시간, 내 노력, 차 주행거리, 기름 등등. 부주의하고 꼼꼼하지 못한 내 자신이 갑자기 한심해지더라.

그러다 꽁하기 있기 보다는 하나하나 해결해 보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일단 난로 함은 남은 나무를 사용해 조금 더 길게 연장해서 완성. 수도꼭지야 오며가며 들를 일 있음 환불하는거야 어려운게 아니지만 텐트 내장제가 가장 큰 문제였어. 고민 끝에 판매자에게 연락했지만 응답없음.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eBay 등에 올렸는데 (경험 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쨌던 팔림) 바로 구매자가 등장하더라.

차 떼고 포 떼고 하니 10불 손해봤다 하지만 이 정도 손실은 수업료 정도로 묵인해야지. 다음에도 뭔가 이런 일 들의 연속을 목도하면 손실 본 10불을 기억해 낼거야.

아무튼 좀 바보같았던 사건의 연속이었지만 하찮을만치, 그렇지만 진하게 무언가가 남은 사건들이었다. 일 좀 그르쳤다고 묻어버리거나 해결이나 반성도 없이 꽁해있지 말고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라는 뭐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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