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만용의 차이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실기도 매일 늦게까지 그리니 원하는 대학교에 무던히 입학할 줄 알았다. 그리고 고3이 되어서야 내 노력은 그저 경쟁하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평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체 건강한 한국 국적의 성인 남성이라면 당연히 가야 할 군대였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신교대 입소 첫 날 와장창 박살이 났다.

포트폴리오가 강력하고 학업성적도 우수했으며 큰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니 취업비자는 따놓은 당상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민의 벽은 승률이 희박한 도박과도 같은 운에 내 운명을 기대해야 할 만큼 한없이 높기만 했다.

어른이 되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외식도 하며 무던히 평범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함은 절박함과 매 순간 찾아오는 위기 속에서 오랜시간 버텨오기에 얻을 수 있는 풍요로움 임을 알게 되었다.

내 기억속의 과거 몇가지 무지성 만용들을 돌이켜 봤다. 그리고 사실 여전히 주변에서 이런 경우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개중에는 간혹 시작하기 앞서 도전이라느니 하는 미사어구를 가지고 와 꾸미고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더 솔직해져 보자. 안해봤으니까 모르는 거 아냐? 공부를 안해봤으니 공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는 것이고, 돈을 안 벌어봤으니 쉽게 돈을 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르지 못했던 곳이기에 그 과정이 얼마나 거칠고 고된 여정일 지 알 수 없으니 금세 다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며, 되어본 적이 없었으니 목표를 이룬 이들의 배경과 준비,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 바라보고 자신도 그리 될 수 있을거라 착각하는 것 이다.

물론 단발의 행동조차 없이 백번 말과 생각뿐인 것 보다는 한번 실행에 옮기는 것이 훨씬 값어치 있는 행위일 것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타인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의 절실한 노력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두고 자신에겐 그에 수반되어야 할 준비나 과정도 없이 마치 별 것 아닌 것 처럼 이미 얻어내고 달성한 것 마냥 쉽게 이야기하며 그러한 노력에 대한 가치를 폄하하는 치들의 저렴한 행태인 것이다.

그리고 부탁이건데,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위들을 전제로 도전이라 하지 말자. 도전이라 함은 스스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노력, 시간, 그리고 자원을 끌어왔음에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때 이야기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적당히 이렇게 해서 인터넷에 누군 이렇게 했다던데, 아 그건 좀 나한텐 어려워서, 사실 하기 싫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걸 이룰거야 하는건… 단지 실체 없는 가짜 결과 뒤에 숨어서 마치 난 이런 걸 하려는 사람이야. 그러니 난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야. 난 이런 차를 사려는 사람이야. 그만큼 난 성공한 사람이야 하는 것 처럼 비겁하고 치졸하게 가짜 포장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리해서 행복하다면 딱히 해줄 말은 없다. 하지만 이건 염두하길 바란다. 그런 허상 뿐인 계획에 대한 대화를 들은 모든 이들은 분명 똑똑히 기억한다는 거.


Posted

in

by

This Post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