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중학생 시절, 반 친구로 꽤나 사교성 좋고 적당히 논다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다른 동급생 친구와 대화 중 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걔 인맥 진짜 대단해. 전화번호만 백개 넘게 있을걸?”

꽤나 굉장하다 느꼈다. 폭 넓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장점을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일 테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의 순간들을 맞이하며 느낀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에서 시작된 권태와 서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환경. 시기, 질투, 또는 그 이상의 혐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얕아진 실타래 같은 그 인연에서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 “너 많이 변했어.” 그래, 여기까지 오는데 쉽지 않았지. 변화하지 않으면 이겨내지도 넘어서지 못했을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 너는 그대로구나.”

솔직히 난 지쳤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는 시도와 노력와 관계 없이 가로막히는 수많은 이해의 장애물과 짖은 안개 속에서 헤매이길 오래되었다.

그래, 이젠 떠나야지. 놓아버려야 해. 피로감으로 넓고 다양한 인맥과 그저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차라리 몇 안되도 나와 호흡을 맞춰줄 수 있고 같은 가치관과 시각을 공유할 건강한 관계에 집중하는게 옳은 방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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